본문 바로가기

끄적끄적

두근두근 전화 운세 체험

반응형
다시 직장을 구하기로 마음을 힘들게 먹고, 꾸역꾸역 이력서를 쓰고, 기존 경력을 완전 무시한 체 지원을 시작했다. 세 가지 일 모두 나에게 만만치 않게 스트레스가 되었는데, 손바닥에 한포진 수포가 한창이던 때처럼 자다가 나도 모르게 손바닥을 벅벅 긁다가 깜짝놀라 깨는 일도 있었다.
전 직장에서 몸도 마음도 완전 지쳐서 (나이도 많은데) 그만둔 터라 다시 취업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기가 여간 쉽지 않았다. '다시 직장에 다니면 또 그런 일들을 반복하겠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한편으로는 한창 일을 해야 할 나이에 빈둥거리는 것이 사회에 뒤떨어져 있는 것 같고 떳떳하지 못한 것 같아서 심적으로 불편하기도 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조금이라도 동기부여(?)랄까... 약을 좀 치려고 '이번에는 좋아하는 것을 일로 삼아보자' 고 결심하기에 이르렀는데, 좋아하는 것을 일로 삼기에는 그 분야에 대해 경력이 없고 신입으로 가기에는 나이가 많다는 걸 나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앞으로 살 날이 얼마나 많은데, 나이는 중요하지 않을 거야!' 라고 생각하면서 이력서를 정리하면서 '이대로 괜찮은가!?' 를 수십 번 생각했지만 역시나 답은 없었다. 그리고 마침 좋아하는 분야의 채용 공고가 있어서 몇 군데에 힘들게 작성한 이력서를 보냈다. 심지어 지원 대상 나이에 전혀 해당사항이 없음에도 정중하게 코멘트를 붙여서 보낸 곳도 있다. '지원 대상은 아니지만 나를 한번 봐주세요~' 하는 마음을 담아 코멘트했는데 느껴졌을까?
사실 나도 전 직장에서 이력서를 받아볼 수 있는 자리에 있어서 나이 많은 지원자의 이력서를 받은 담당자의 기분은 충분히 알고 있다. 상급자가 지원자보다 어린 경우에는 나이에서 서류가 걸러질 확률은 아마도 높을 것이다. 운이 좋아서 채용된다 해도 서로의 마음이나 성향이 맞지 않으면 누군가는 또 힘들어질 것이다. 심지어 경력도 없는데...
여튼 이래저래 결심을 하고 저지르긴 했지만 스트레스 가득한 하루하루를 보내다보니 순간순간 마음이 오락가락하고 불안정했다. 뭔가에 집중을 해 보려 해도 손발에 긴장감이 들어찼다. 이제 시작했는데 벌써부터 조바심을 내봤자 별수 없다고 몇 번을 생각했는지 모른다. 그러다 너의벗에서 전화 운세를 검색하기에 이르렀다. 한국인은 정신과를 찾아 상담할 일을 점집에 의존한다지. 몇 군데 사이트를 둘러보다가 적당해 보이는 곳에 금액을 충전하고 타로, 사주, 신점 전문가 분들의 전문 분야와 사진을 살펴봤다.
대체로 연애나 궁합이 첫 번째로 씌여있는 걸로 봐서는 사람들의 주요 상담 내용은 연애나 궁합이 아닌가 싶었다. 직장운을 보신다는 분들 중에서 원래 보고 싶었던 분이 상담 중이어서 차분해 보이는 타로점을 보시는 분을 선택했다. 이런 전화 운세는 처음이라 엄청 긴장됐는데 전화 연결이 안됐다. 하핫. 그래서 다른 분을 선택해서 다시 연결을 시도. 이번엔 다행히 연결이 되어 현재 나의 상황을 설명하고 올해 취업이 가능한지를 물어보니 5월 중에 될 것 같다 하심. 하던 분야의 일을 하던 새로운 일을 하던 고민되는 부분은 있겠지만 어찌됐든 5월이라고. 이번에 지원한 곳들은 안 될 가능성이 높단다.
전화를 끊고 코인이 남아서 다른 분을 선택했는데 전화 연결이 안되거나 갑자기 상담중이거나, 여튼 몇 번의 실패 끝에 이번에는 신점 보시는 분을 선택했다. 화장이 화려한 분이었는데 이름이 친숙해서 전화를 걸었는데 연결이 되었다. 생년월일을 말하라 하셔서 알려드리니 양력이라 했음에도 내 띠를 틀리셨다. 태어난 시간도 안 물어보시고... 여튼 이 분은 내가 날삼재이고 올해 상반기에는 취업이 힘들거라 하셨다. 7~8월쯤 될 거라고.
또 코인이 남아서 이번에는 처음에 보려 했던 인상 좋은 보살님이 대기 중이시길래 잽싸게 걸었다. 이 분은 생년월일시까지 물어보셨는데, 듣자마자 나더러 연예인 사주란다. (응?) 자유로운 영혼에 인기도 많고(인기는 누구에게 있는 거지?) 다른 사람처럼 하나의 일을 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그래서 내가 전직을 좀 했던 건가?) 소심하지만 꼼꼼하고(이건 좀 맞는 듯?) 인복도 있다 하셨다. 그런데 이 분은 이번 달에도 취업운이 들어와 있고, 지난 달에도 괜찮게 들어왔었다 하심. 심지어 이번 달에는 남자 만날 운도 있다고... (응? 어디서? 주변에 남자가 없는데?) 취업은 되는데 썩 마음에 드는 곳이 아닐 수 있지만 그래도 들어가면 금방 자리 잡는다고.
원래 질문이 많은 스타일은 아니라서 대략 20분의 시간 동안 세 분께 상담을 받았는데, 결과는 지나고 나면 알 수 있겠지... 마지막 보살님이 난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라 그랬다. 그래, 난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날 데려가는 회사는 복 받는 거지 암~ 궁합이 잘 맞는 회사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데 불안정했던 마음은 좀 진정이 되었냐고? 글쎄... 그건 아마도 아니지 싶다. 이런 말씀에 팔랑거리기엔 세상의 때가 좀 묻어서... 그냥 잠시 누군가에게 위로 받은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조바심 내지 말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지내도록 노력해야겠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