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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지겨운 한포진, 이제 끝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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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이었나...?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갑자기 왼쪽 엄지 발가락에 작은 물집 같은 것이 생기더니 문득문득 간질거리는 것이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자꾸만 간지러워져서 살펴보니 오른쪽 엄지 발가락과 다르게 발톱 주변 피부색이 칙칙했고 무엇보다 발톱이 이상하게 울퉁불퉁한 것이 이상했다.
처음에 든 생각은 '이것이 무좀?' 인가 싶어서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지인들도 무좀 경험이 없었는지 잘 모르겠다는 둥 그냥 더럽게 무좀에 걸리냐는 둥 다니던 수영장에서 옮은 것이 아니냐는 둥 추측만 난무해서 바로 근처 피부과로 향했다.
특별히 무좀 전문 피부과를 검색해서 찾아갔는데 의사 선생님 왈, "음... 무좀은 아니네요. 발톱은 주변 피부에 영향을 받으니까 피부가 괜찮아지면 나을 거에요. 스테로이드 연고 처방할테니 차도가 없으면 다시 오세요. 더 센 걸로 처방해 드릴께요." 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질병의 이름도 몰랐는데 일단 무좀은 아니라 하니 기쁜 마음으로 병원을 나와서 처방 받은 약을 찾아 돌아왔었다. 더럽게 무좀에 걸리냐며 놀렸던 지인들에게는 당당히 '무좀 아니래요!' 라고 결과도 알려주고.
처방받은 약을 며칠 바르자 간지러움도 덜하고 낫는 것 같길래 연고 바르기를 중단했다. 그러다 다시 또 간지러워지고 약 바르고... 반복. 다시 피부과를 찾지 않은 이유는 피부과에 대한 불신 같은 것이 있어서였다.
예전에 20대 후반 즈음 양 팔이 미친 듯이 간지럽고 건조해서 유명하다는 피부과를 찾아갔는데, 몇 번 약을 바꿔서 처방을 받았는데도 별로 차도가 없고 계속 간지럽다 하자 의사의 대답이 "음... 글쎄~ 왜 그럴까~?" 여서 조금 충격을 받았다. '내가 이 병원을 한참을 다녔는데 아직 원인도 모르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험을 하는 것도 아니고 뭐하는 거지 싶어서 다른 병원에 갔더니 지루성 피부염으로 치료 방법은 스테로이드 연고 정도인데 약한 걸로 써서 안되면 내성이 생기기 때문에 점차 강한 걸 처방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 처음 갔던 유명 피부과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친절한 설명이었는데, 딱히 스테로이드 연고 처방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이야기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결국 약을 발라도 미친듯이 가려워서 미쳐버리겠던 어느 날 웹서핑으로 발견한 한의원을 한 3개월? 다니며 치료해서 고쳤다. 그 후에도 한 두번? 다른 일로 피부과를 찾았는데 그때마다 치료는 스테로이드 연고였기에 피부과는 다 거기서 거기인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게 되었던 것이다. 게다가 병명도 얘기 안 해주고 약만 바꿔썼던 그 유명 피부과 덕분에 성의 없이 약만 처방하는 병원은 특히 신뢰가 안 갔다.
발가락이 간지러울 때마다 처방받은 스테로이드 연고 바르기를 3개월쯤 했을 때, 손가락이 간지럽더니 자잘한 수포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것 역시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자고 일어날 때마다 다른 손가락에 번지더니 1~2주 사이에 손바닥에도 수포가 생겨나기 시작했을 즈음 '자잘한 수포' 로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이것이 한포진이라는 질환으로 의심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일단 병명을 알았으니 집중 검색을 해본 결과, 이 질환은 면역력 관련 질환으로 손과 발에 주로 생기며, 피부과에 다니다가 효과를 못 본 사람들이 한방으로 치료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야?'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예전처럼 2~3개월이면 낫겠지 싶어서 집 근처에 한포진 치료로 유명한 한의원을 찾아갔다.
한의사 선생님 말씀이 이건 면역력이나 식습관, 스트레스가 원인일 수 있는데 당분간 약으로 속을 다스리면서 식사도 관리해야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환부가 발이어서 많이 걸어다니거나 운동은 하지 말라 하셨다. 또 처방하는 약을 먹으면서 일주일에 한번씩 내원하고 뭘 먹었는지, 수면 시간은 얼마였는지, 스트레스는 어느 정도였는지 체크하는 일지도 써 오라면서 주셨다. 그러면서 먹지 말라는 음식들이 꽤 생겼는데, 튀김류, 밀가루, 갑각류, 기름진 것, 등푸른 생선, 연어, 생선회, 술, 탄산음료 등이었다. 금지 음식 얘기를 들을 때 나도 모르게 '허얼~' 하고 소리를 냈을 정도로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이 많았다.
치료 중에 먹지 말아야 할 음식 때문에 스트레스를 꽤 받았는데, 나의 경우는 참지 못하고 먹었던 치킨과 간장새우, 명란젓, 술, 생선회에서 상태가 더 심해지는 반응이 있었기에 이후에는 이것들을 피하려고 매우 노력을 했었다. 이것도 스트레스라고 나중에는 먹고 싶은데 못 먹으니까 우울해져서 먹지 않았는데도 괜히 간지럽고 그랬다.
약값도 만만치 않았는데 2개월치를 한꺼번에 결제하면 조금 할인을 해준다 해서 2개월 안에는 낫겠지 싶어서 한번에 결제를 했다. 2개월이 다 되어 손바닥이 깨끗해지고 발가락이 거의 나아갈 무렵 전부터 계획했던 해외여행 시기가 다가와서 한달치 약을 더 처방 받아서 여행을 떠났다. 선생님도 경과가 좋으니 음식 조심하고 너무 무리해서 걷지만 말라 하셨다.
그런데 웬걸, 여행 중반부터 슬금슬금 발가락 수포가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돌아와서는 결국 다시 병원을 찾게 되었다. 여행 중에 술도 거절하고 해산물도 가려먹으면서 다녔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다 먹고 다닐 걸 그랬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시 생겨난 수포는 생각보다 끈질겼다. 손에도 뽀글뽀글 올라왔는데 이것들은 금방 없어졌지만 발원지인 왼발 엄지 발가락의 수포는 아무리 약을 먹고 관리를 해줘도 '나 아직 살아있어~' 하듯 간지러움이 되살아났다. 그래서 또 인터넷 검색을 해봤더니 은근히 이 질환이 재발이 심하고 치료가 어려운 질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1년 넘게 고통받고 계시는 분들도 많았고... 또르르...
여행을 다녀와서 3개월을 더 한의원에 다닌 지금은 한의원의 마지막 디톡스 치료를 끝으로 더 찾아가지 않고 있다. 엄지 발가락은 아직 미묘~하게 수포가 남아 있는 것 같은데, 그냥 한의원에서 구입한 수포를 말려준다는 스프레이를 가끔씩 뿌려주며 달래고 있다. 수포는 눈에 잘 안 띄는데 간지러울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검색으로 수도크림이라는 녀석도 샀는데 너무 끈적끈적해서 잘 사용하지 않았기에 효과는 잘 모르겠지만 보습은 되는 것 같다. 125g짜리를 샀는데 더 적은 용량의 튜브로 된 것을 살 걸 하는 후회가 든다. 조금만 발라도 하얗게 번들번들해지니 환부가 넓은 게 아니면 적은 용량으로도 충분할 것 같기 때문이다.
아~ 얼른 나으면 좋겠다, 한포진!! 뭐 이런 빌어먹을 질병이 다 있는지 원!!! 한포진 걸린분들도 얼른 다 나으시길...

 

+ 한포진 그 후

2018.05.05 - [끄적끄적] - 한포진 재발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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