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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카 겔 제습제, 과연 반영구적 사용이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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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살았던 자취방에 곰팡이가 늘 피어나는 축축한 벽이 있어서 곰팡이가 피어나면 락스로 닦고, 또 피어나면 닦고 하는 과정을 거치다가 제습기를 사고 신세계를 경험했었다. 장마철에 빨래도 잘 마르는 것은 물론 늘 적정 습도를 유지시켜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도 게으른 나에게는 단점이 있었는데, 물통을 제때 비워주고 물때가 끼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며, 공기가 유입되는 부분의 필터는 먼지가 잘 끼기 때문에 자주 청소를 해줘야 했던 점이다. 이것도 몇 년을 쓰다보니 게으름에 져서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를 온 뒤에 고민을 하다 결국 무료 가전제품 수거를 통해 처분해 버렸다. 

 

그런데 이 집도 잘못 지어진 것인지, 특정 벽에 결로 현상이 있어서 곰팡이가 피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차피 원룸이고 하니, 예전에 쓰던 제습기보다 작은 사이즈의 제습기를 알아보던 중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와디즈에 올라온 re:air(리에어)라는 제습기를 알게 되었다. 제습과 가습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제품이었고, 제습의 경우는 재사용 가능한 실리카 겔을 이용하기 때문에 물을 비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일단 심플하고 작은 디자인과 물을 버릴 필요가 없다는 장점에 확 꽂혀서 바로 펀딩에 참여했다. 금액은 89,000원이었던 얼리버드 펀딩은 마감이 되어 118,000원에 결제를 했다.

 

250 Design의 re:air, https://www.wadiz.kr/web/campaign/detail/12080

 

한 손으로 들면 묵직한 실리카 겔 2개를 넣어서 사용한다. http://smartstore.naver.com/250/products/2868734906

 

제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여러 우여곡절이 있어서 예정된 수령일보다 늦게 받았지만 기대했던 제품이라 받자마자 제습을 가동시켰다. 그런데 웬걸, 예전 제습기를 썼을때 처럼 뽀송해지는 기운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하루 종일 틀어놔도 습한 느낌이랄까? 5~6평 정도의 방에서 사용하길 권장했고, 실리카 겔이 수분을 매우 잘 흡수하기 때문에 이정도 양의 실리카 겔이면 작은 방은 문제 없다고 했던 걸 어디서 봤던 것 같았는데 말이다. 며칠을 틀어봤는데도 습도가 낮아진 느낌은 받지 못했다. 혹시나 방이 너무 과도하게 습해서(불행히 습도계가 없어서 측정은 안 해봤다) 벌써 흡습 기능이 떨어졌나 싶어서 전자레인지에 살살 돌렸다. 원래는 햇빛에 말리는 것을 권장했으나, 미세먼지가 심한데 밖에 널어놓는 건 찝찝해서 전자레인지에 돌려도 되는 것을 확인하고 진행을 했었다. 

 

양이 많아서 한 2~3분 돌렸나?? 전자레인지를 열었는데 그 습기라니!!! 흡습은 되고 있었나 보다. 실리카겔을 전자레인지에서 꺼냈는데 포장이 축축할 정도였다. 한참을 식혀서 다시 사용을 해봤는데 마찬가지로 제습이 되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그래도 제습은 되고 있는 거겠지 싶어서 사용하다 전자레인지에 돌리기를 2~3분씩 끊어서 한 3번쯤 했을 때 일이 벌어졌다. 2개의 실리콘 팩 중 하나가 포장이 터지면서 실리카 겔이 쏟아져 나왔던 것이다. 정말 방바닥에 떨어져 굴러다니는 실리카 겔을 주워 모으는 것도 일이었지만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그랬던 건지 부서지는 실리카 겔도 있었기에 치우느라 정말 진땀을 뺐다.

 

몇 번 사용을 안 했는데 이렇게 되어서 아까운 마음에 국물 낼 때 쓰는 큰 사이즈의 다시백에 넣어서 몇 번 더 쓰다가 마트에서 샀던 옷장용 반영구 제습제를 전자레인지에 돌렸을 때 아,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사용을 중지했다. (제품 제작할 때 응원의 글도 몇 번 남기고 그랬는데... ㅠㅠ)

 

전자레인지에 3분만 돌리면 재사용 가능하다 했는데, 그 이상 돌려야 색이 변한 실리카 겔이 샀을 때 색으로 돌아온다.

 

옷장용 제습제에는 주황색 알갱이가 포함되어 있는 실리카 겔이었는데, 그것이 녹색으로 바뀌면 전자레인지에 돌려 사용하라고 되어 있었다. 옷장에 넣었더니 정말 며칠 지나지 않아 전부 녹색으로 변해있어서 포장에 나와 있는 대로 3분을 돌렸는데 그 색이 온전히 빠지질 않아서 그 이상의 시간을 들여 색을 뺐다. 게다가 옷장에 넣은 실리카 겔이 여러 개다 보니 전자레인지를 정말 한참 썼고 전자레인지 문을 열 때마다 쏟아져 나오는 습기는 방 안을 다시 습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작은 사이즈의 실리카 겔이 이런데, re:air는 양이 꽤 많았으니 바싹 말리려면 아마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자레인지를 너무 오래 써서 그랬는지 문짝 부분이 약간 타버리는 사태도 벌어졌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느낌? 방이 습해서 가습 기능은 쓸 일이 없었기에 작년 여름에 받아서 쓰기 시작했던 re:air는 결국 1년도 안 쓰고 쓰레기장행이 되었다. 

 

그 후로 잊고 있었는데, 오늘 옷장 정리를 하다가 re:air를 받을 때 배송이 늦어져서 선물로 받은 옷장용 자연제습기가 발견되어 그 안에 있던 실리카 겔 팩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게 되었다. 예전에 팩이 터졌던 기억이 있어서 1분씩 돌리면서 확인을 했는데 3번째 돌렸을 때 이 상태가 되었다.

 

전자레인지에 돌렸더니 실리카 겔 팩이 녹아버렸다.
수분을 흡수하지 않은 상태의 실리카 겔 팩. http://smartstore.naver.com/250/products/2924238277

 

 

실리카 겔이 뜨거워서 그랬는지 포장이 녹아버린 것. 1분씩 총 3분 정도 돌린 셈인데 진한 녹색으로 변한 실리카 겔의 색이 별로 빠지지도 않았다. 팩이 터지는 현상을 또 경험하게 되다니... 내가 샀던 제품에는 그런 설명은 없었지만, 다른 제품에 보니 1분씩 건조시키고 중간에 꺼내서 표면에 묻은 물기를 닦아내며 식혀서 다시 건조를 하라는 설명이 있었다. --;;;

 

요즘 실리카 겔을 사용한 제습제를 '반영구 사용'이라던가 재사용이 가능해서 '경제적'이라던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식의 문구를 써서 파는 곳들이 많은데 이런 식이라면 다시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반영구'의 의미는 거의 영구에 가깝다는 건데 이렇게 몇 번만에 포장이 터지고 알갱이가 부서져서 못쓰게 된다고 하면 반영구적인 사용이라 할 수 없는 거 아닌가? 반영구 눈썹 문신도 몇 년은 가는데 말이다. 게다가 잘게 부서지는 알갱이는 어찌됐든 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전자레인지를 오래 사용하게 되니 경제적인 게 맞나? 싶기도 하다. 이런 제품의 구매 후기는 일단 눈으로 색이 변하는 것을 확인한 다음에 작성되기 때문에 생각보다 전자레인지에 오래 돌려야 한다는 것과 팩이 터질 수 있고 알갱이들이 부서질 수 있다는 후기는 잘 눈에 띄지 않는 것 같다. 물론 햇빛에 잘 말릴 수 있는 환경이 된다면 팩이 터지는 일은 없겠지만, 나는 햇빛에 말릴 수 있는 환경이 되질 않아서 전자레인지나 헤어 드라이기 정도만 사용이 가능하다. 

 

만약 실리카 겔 제습제를 사용하고 싶다면, 햇빛에 말려 쓸 수 있는 환경이 되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전자레인지에 1분씩 돌리면서 팩에 묻은 물기를 닦아내고 뜨거워진 실리카 겔을 식혀서... 이것을 몇 번이나 반복해야 하는 귀찮음을 감당할 수 있다면 권하고 싶다. 헤어 드라이기의 경우 너무 오래 쓰면 드라이기가 고장날 것 같으니 패스. 어떤 후기에 보니 아무리 드라이기로 말려도 색이 안 돌아온다는 내용도 있었다.

 

+

이 글을 쓰면서 와디즈의 re:air(리에어) 공모 페이지를 다시 찾아 들어가 봤는데, 최근까지도 댓글에 가습이 안되고, 전원부의 고주파 소리 문제로 제품 교환과 관련된 불만글이 폭주! 호기심에 250 Design의 홈페이지re:air 2018 제품의 소개글이 영어로 올라와 있었다. 와디즈에서 펀딩을 받아 제작했던 제품에서 가습 필터를 변경하고 공기 청정을 위한 헤파 필터가 추가되는 등의 개량이 이루어진 듯 하다. 제습 기능은 딱히 변화는 없는 듯. 제습 원리에 대해 동영상으로 설명하고 있었는데, 아니 저렇게 많은 실리카 겔을 깔아놓고 신문지 한 장 말리는 건 당연히 금방 되지 않나? 습기를 머금은 실리카 겔의 습기를 좀 더 손쉽게 빼는 방법이 나오지 않는다면 제습용으로는 영~ 별로일 것 같다.

 

https://youtu.be/vfxmAN2ZVXE?si=hYV5yhtV6-lV1OVo

 

by ichiz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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