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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전세보증금 돌려받기의 여정을 시작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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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법적으로는 전세 계약 만료일에 임대인은 보증금을 반환하고, 임차인은 처음 집을 빌린 상태 그대로 반환하는 작업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알고 있었고, 지금까지 거쳐왔던 집주인들은 이사 전날에 보증금을 미리 빼주기도 했던 터라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도 크게 고민 없이 집을 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처음에 이 집을 구할 때 부동산 아저씨가 분명 돈 있는 사모님이라 보증금도 잘 빼주신다고 했었지...) 그런데 막상 집주인의 갑질을 당하고 보니 자다가 불쑥불쑥 화가 나서 잠을 깨고, 왜 사람들이 빚을 내서 집을 사는지 알게 되었달까?


지금 살고 있는 집의 계약 만료일은 5월 1일이고, 현재 4년차 거주 중이다. 첫 번째 계약은 2년 전 1월에 집주인에게 계약 갱신하려면 보증금을 10% 올려 달라는 이야기에 부모님의 도움을 얻어 갱신을 했었다. 살다 보니 필로티 주택의 2층이라 가을만 되어도 방바닥이 매우 차가워지고, 지난 여름에 수리되기 전까지는 비 오는 날이면 건물 윗층에서 흘러내린 물로 복도가 흥건하게 젖었는데, 이상하게 아무 것도 없는 벽에 자꾸만 곰팡이가 피는 등의 미묘~한 하자들이 발견되어 올해에는 조건 안 맞으면 계약 종료하고 이사를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1월이 지나고, 묵시적 갱신으로 하려는 건가? 싶었을 때 2월 8일인가? 갑자기 집주인에게 전화가 왔다. 갱신하려거든 보증금을 올리겠다고. 20% 넘게 올렸는데, 올리면서 하는 말이 윗층은 이미 그 금액에 살고 있고, 그 금액이라도 들어올 사람이 줄을 섰다고. 그리고 전세 놓는다고 신고하면 이제 자기는 최대 5%밖에 못 올리는데, 이번에 많이 올려받고 다음부터는 5%까지만 올려받을테니 계속있으라는 뉘앙스로 말을 했다(와~ 진짜..). 올린 금액을 낼 수는 있었지만, 이 집에 그 돈을 주고 살아야 하나 하는 고민이 들어서 하루만 생각해보고 답변드리겠다 하고 전화를 끊었다. 다음 날 문자로 계약 만료일까지만 살고 나가겠다고 보내자 그럼 부동산에 내놓겠다는 회신을 받았다.


그 뒤로 한 달간 한번도 부동산에서 연락이 없다가, 3월 10일 오후에 갑자기 부동산이라며 전화가 왔었는데, 마침 외출 중이라 비번을 알려달라는 걸 나중에 약속 잡고 오면 안되겠냐 하고 전화를 끊은 것이 전부였다. 다음 날 나는 내가 이사할 집을 찾아서 가계약을 하면서, 4월 말일쯤 이사를 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집주인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집주인이 관행 운운하면서 새로운 임차인이 구해지면 그 사람에게 계약금 받아서 이사갈 집과 계약을 해야 한단다. 나는 미리 얘기했으니 관행은 알지만 잘 처리해 주면 좋겠다 하니, 자기가 보증금을 통장에서 빼줄 수 있으면 왜 전세로 계약을 했겠냐고, 이렇게 일방적으로 통보하는게 어디있냐면서, 지역 전체 부동산을 대상으로 하는 곳에 알리겠다며 전화가 많이 갈 수 있다고. 난 이 답변에도 알겠다 감사하다.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회신을 했다. 감사해야 할 것도 없는데... 

그날 거의 한 숨도 못자고 여기저기 서치를 해보고 정 해당 일정에 보증금을 못 빼주면 임차권등기명령설정을 하고 나가겠다는 결심에 이르렀다. 다음날 이사 갈 집의 계약을 하면서 해당 집의 이사일을 최종 5월 2일로 협의하게 되었고(공교롭게도 5월 1일이 근로자의 날이라 어쩔 수 없이 그리되었다), 집주인에게 만료일 하루 전에 나가는 것이 부담스러우신 것 같아 5월 2일로 이사일을 협의 봤다, 만약 그때까지도 보증금을 못 준다 하면 5월 중순까지는 기다려 주겠지만 나도 마냥 기다릴 수는 없으니 임차권등기명령설정을 하고 퇴거하겠다 양해 부탁바란다는 문자를 보냈다. 집주인은 열이 받았는지 어땠는지 그 문자에 답은 없었다.


집주인이 여러 부동산에 뿌리겠다 하고 오늘이 일주일째인데, 지금까지 7군데의 부동산에서 연락을 받았고, 그 중에 2~3곳은 보러 온다 하고 연락도 없이 방문을 안 한 경우다. 이 정도는 많이 오는 거라 할 수 없는 것 같은데... 깡통전세가 난리라며 뉴스에 오르내리는 요즘 이 정도 가격에 이 방에 입주를 할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싶은데, 어떤 눈 먼 임차인이 들어오지 않는 한 쉽게 구해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제 집주인에게 보낼 내용증명도 작성 완료했다. 내용증명까지 쓰는 건 왠지 좀 꺼려지는 마음이 있었는데, 절차상 명확하게 필요한 일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집주인이 관행 운운하면서 내가 일방적으로 이사를 통보한 나쁜 사람이라는 뉘앙스로 말만 안했어도 이렇게까지 안 했을지도 모르겠다. 한달 동안 아무런 말이 없다가 이사 나가겠다 했더니 발끈하는 그런 태도는 어디서 배워 온 갑질인 건지. 계약기간까지 살고 나가겠다는 게 뭐 그리 잘못된 일이라고. 남의 돈으로 임대 사업 굴리면서 이런 식으로 갑질하는 집주인들은 임대사업을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관행 운운하지 말고 계약된 날짜에 이사 나가고, 보증금을 잘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집주인들을 따로 모아 관리하는 블랙리스트 같은 게 있으면 좀 나아지려나? 어쨌든 다음 주 중에 내용증명을 발송증명으로 해서 보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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