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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전세보증금과 이사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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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7 - [끄적끄적] - 전세보증금 돌려받기의 여정을 시작해야 하나...

 

전세보증금 돌려받기의 여정을 시작해야 하나...

분명 법적으로는 전세 계약 만료일에 임대인은 보증금을 반환하고, 임차인은 처음 집을 빌린 상태 그대로 반환하는 작업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알고 있었고, 지금까지 거쳐왔던 집주인들은 이사 전날에 보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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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월에 집주인의 횡포에 내용증명을 보내겠다는 결심 이후 거의 1년이 지났다. 

그동안 그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해야지~ 하면서도 게으른 성향 탓에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렇게 되어서 계속 찜찜함이 있었는데, 컴퓨터 앞에 앉은 김에 마음을 가다듬고 정리해 본다. 

 

먼저, 내용증명은 보내지 않았다. 

보낼 수도 있었는데 며칠 망설이는 사이에, 집주인이 나의 이사 예정일 2주 후에 새 세입자가 들어올 예정이라면서 그때 보증금을 돌려줄 예정이고, 그 사람에게 계약금을 받으면 일부 먼저 돌려주겠다는 연락이 왔기 때문이었다. 새 세입자에게 계약금을 받기로 한 날은 아마 집주인이 연락을 줬던 주의 토요일이었을 거다. 토요일이 되었을 때 오후까지 연락이 없어서 계약이 성사되었는지 문자를 보냈더니, 그제서야 계좌번호를 알려달라는 답장이 왔고, 나는 보증금의 일부 금액을 돌려받았다. 원래대로라면, 나중에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니 내용증명은 보내두는 것이 맞고 절차대로 하는 것이 옳은 일이지만 모든 대화는 문자 기록으로 남아 있으니 이후 법적 대응을 하더라도 증거가 될 거라는 믿음이 있긴 했다. 

 

나는 예정했던 나의 이삿날에 그 집을 나왔다.

보증금 잔액은 돌려받지 못한 상태였고, 임차권등기명령설정은 하지 않았다. 대신 다음 세입자가 내가 쓰던 침대와 옷장을 받고 싶다 해서(사실 침대 프레임은 버리고 매트리스는 가져가려 했었는데...) 두고 현관 비밀번호를 바꾸고 나왔다. 나중에 알았지만, 일정 비용을 받고 팔고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어쨌든 이사는 했고, 남은 보증금은 2주 뒤에 받기로 했고, 전입신고는 못했다. 

내가 이사를 했던 주에 징검따리 연휴가 있어서 그 사이에 짐 정리를 하고, 그 다음 주 월요일이 되었을때, 새로 이사한 집의 집주인에게 연락을 받았는데, 자기가 집을 내놨는데 그동안 보러오는 사람이 없어 자기도 잊고 있었는데(그게 말이 되나!), 집을 보려 온다는 사람이 있는데 보여줄 수 있느냐는 이야기였다. 허허허.... 계약하는 동안 한 마디도 없다가 이삿짐 풀자마자 이런 소리를 듣게 되다니 당황스러웠다. 10년 넘은 자취 생활동안 집주인이 이런 식으로 바뀐 건 처음이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부동산과 약속을 잡고 며칠 뒤에 집을 보러 온다는 집주인 예정자에게 집을 보여주고 돌아갈 때 부동산 아주머니에게 전입신고를 비롯해서 이런 저런 것을 물어보는데 아주머니는 뭔가 씁쓸한 표정으로 아직 계약이 된 것도 아니고, 분위기로 봐서는 그렇게 빨리 팔리진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급적 전입 신고는 빨리 해두라고.... 

생각해보니, 이 동네는 부동산 중개를 의뢰 받은 부동산이 함께 하는 "공동 중개" 시스템이 있었는데, 나 역시 공동 중개로 이 집을 구했었다. 나는 A 부동산을 찾아가 의뢰를 했고, A 부동산은 본인들이 보유한 매물과 B 부동산이 보유한 매물까지 함께 보여줬는데 나는 B 부동산의 매물이 마음에 들어 A, B부동산과 함께 이 집을 계약했다. 새로운 집주인 예정자가 집을 보러 올 때 B 부동산 아주머니와 또 다른 부동산 아주머니가 왔었는데, 아마도 집주인은 C 부동산에 이 집을 내놨고 나는 B 부동산과 계약을 했기 때문에 두 부동산에서 나왔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B 부동산의 아주머니의 표정이 내내 안 좋았던 것을 보면 집주인이 집을 매물로 내놨던 것을 이쪽에도 비밀로 했던 게 아닌가 싶었지만, 어쨌든 나는 이사 오자마자 전입 신고도 못했는데, 집주인이 바뀌게 생겼다.

 

결국 이전 집에서 보증금을 받지 못한 채로 전입 신고를 했다.

새로 바뀔지도 모르는 집주인의 채무 상태를 알기 어렵기 때문에 전입 신고를 하기 전에 집주인이 바뀔까봐 여러가지로 마음이 복잡했다. 부동산에서는 그리 빨리 계약될 것 같지 않다고는 했지만, 그건 알 수 없는 일이니까. 결국 며칠 고민하다가 이사 온 지 1주일이 지났을 때 전입 신고를 할 수밖에 없었다. 보증금을 받기로 한 날까지 1주일이 남은 상태여서 매일 걱정을 하면서 불안한 1주일을 보냈다. 

드디어 보증금을 받기로 했던 날, 오후 1시 반쯤 이전 집주인에게 입금 문자를 받고 보증금 이슈는 무사히 종료되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지인은 늦게 준 만큼 이자도 받아냈었어야지! 하는 소리를 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이자는 커녕 보증금을 안전하게 다 돌려받는 것만 생각했기에 거기까지는 고려할 수도 없었다. 나는 다행히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만큼 돈을 빌릴 곳이 있었기에 괜찮았지만, 만약 이때문에 대출을 받았다면, 그 이자만큼은 청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달 뒤 집주인 변경 소식.

이사 왔을 때 방충망이 제대로 닫히지 않고, 세면대 배수구 뚜껑이 안 닫히고, 뒷 베란다 등이 나가 있는 문제들을 발견했었다. 방충망은 부동산에 이야기했더니,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집주인이 아닌 부동산에서 수리를 해줬고, 배수구 뚜껑은 교체하는데 부품비가 5천원이라 그래서 그냥 내 돈 주고 바꿨다. 뒷 베란다는 쓰지 않아서 그냥 방치해 놨다가 어느 날 뜯어보니 전구가 아니고 무슨 판 같은 것이 들어 있었는데, 알아보니 LED 직부등? 이라는 것이었다. 희안하게 생겨서 집 안 천장 등을 열어 보니 이 집은 전부 그 등을 사용하고 있었다. 베란다 등은 내가 직접 교체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바꿨는데, 거실 등의 경우는 나중에 교체 시기가 되면 따로 알아봐야 할 것 같다. 

오래 된 집이라 지내면서 이것 저것 손 보고 있는데, 한달 쯤 지나서 집주인이 바뀌었다는 부동산의 연락을 받았다. 이미 인터넷을 통해 계약서를 다시 쓰거나 확정일자를 다시 받을 필요는 없다고 확인한 터라, 기존 계약서를 들고 부동산에 찾아가서 바뀐 집주인의 정보(이름, 연락처, 주민번호, 주소)를 계약서 뒷면에 옮겨 적어 왔다. 어떤 곳은 새로운 집주인과 세입자가 대면을 하는 경우도 있는 모양이지만, 나는 따로 인사 없이 이렇게 종료되었다. 

 

2년 뒤 새 집주인이 세를 얼마나 올릴지, 이사를 가게 될 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이번 이사를 통해 여러가지를 배우게 된 것 같다. 다음엔 좀 더 현명하고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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