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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독후감

사랑받았던 공작부인 - 고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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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랑받았던 공작부인

저자: 고유미

출판: 루시노블


소재는 독특하지만 왠지 모르게 엉성한 로맨스 판타지 소설


최근 로맨스 판타지 소설을 읽어야 하는 계기가 있었다. 과거에도 로맨스 판타지 장르의 소설을 읽어봤고 카카오 페이지에서 '기다리면 무료' 코너를 통해 읽고 있는 작품이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새로 읽고 싶어서 리디북스에서 구입을 했다. 구입을 결심한 건 로맨스 판타지 치고는 1권짜리 작품이라 빨리 읽을 수 있겠다 싶었고, 적당히 높은 별점(700여 명의 평가가 4점)과 구매자의 최신 리뷰가 대체로 무난했기 때문이다. 리디북스에서 제공하는 키워드나 줄거리는 건성으로 보고 바로 결제를 했는데 읽자마자 가장 먼저 했던 생각은 "엇, 회귀물이었네!"였다. 책 소개 화면과 리뷰를 다시 보니 '회귀'에 대한 언급이 그제서야 눈에 들어왔다.


회귀물에 대한 불호는 없지만 최근 읽었던 로맨스 판타지 작품들(<공작성의 하녀님(소리엔 저)>, <버림받은 황비(정유나 저)>, <나는 이 집 아이(시야 저)>, <다행인지 불행인지(노희다)>)이 대체로 회귀 아니면 꿈을 꿨다든지, 책에서 봤다든지 하는 스타일이었기에 개인적으로 조금 식상한 느낌이 있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30년간 남편의 지극한 사랑을 받으며 다섯 명의 자녀를 두고 마흔여덟 살에 병에 걸려 생을 마감한 여주인공 실비아가 저승에서 악귀가 될 정도로 남은 미련이 있다면서 강제로 추방을 당하면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저승에서 추방당할 때 “돌아갈 이유 없어요. 삶에 대한 미련이 전혀 없어요.”라고 실비아가 던진 대사가 삶을 리셋하고 싶어하는 일반적인 회귀물 주인공들과 다른 느낌이라 인상적이었다.

인생을 살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잊어버렸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쉬움이 남는 일들은 누구에게나 있다. 본의 아니게 삶을 다시 살게 된 실비아에게도 그러한 것들이 하나 둘 떠오르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마흔여덞 살의 기억을 가진 채 열여덟 살 소녀의 몸으로 깨어난 실비아는 나이에 걸맞지 않은 당찬 행동을 하면서 스토리를 이끌어 나간다. 여기에 마찬가지로 회귀한 남편 루크의 이야기를 더해 전생에서 미처 모르고 지나친 사건들이 퍼즐처럼 맞춰지면서 두 사람의 사랑과 가족애가 견고하게 완성되어 간다.


줄거리만 보면 비슷한 장르의 다른 작품과 별로 다를 것이 없어 보이지만 색다른 점이 있다. 보통 회귀한 여주인공은 회귀 전과 다른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다. 회귀된 나이보다 더 많은 나이의 삶을 살았다 하더라도 차분하고 성숙한 면모를 보이는 점 외에는 특별히 위화감을 주는 부분은 없다. 그런데 이 작품의 여주인공은 '아줌마스러운' 사고방식과 행동을 보여주면서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를 꾀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아줌마스러운 부분은 작품 초반에만 자주 등장하고 후반으로 가면, 작가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러한 부분은 잘 드러나지 않게 된다. 

다음으로 특이한 점은 동성애 로맨스(BL)가 함께 등장한다는 점이다. 동성애도 로맨스니까 상관 없다고 할 수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여성향 로맨스물에 동성애가 함께 다뤄지는 것은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심지어 갈등의 중요한 원인이기에 상당히 비중있게 다뤄진다. 실비아와 루크의 사랑이 알콩달콩하면서 애로틱하다면, 이야기의 다른 축이 되는 동성애는 꽤나 슬프고 애절하다.


실비아의 긍정적이고 발랄한 모습처럼 전체적으로 이야기는 밝게 흘러간다. 정력가 콘셉트인 남편 루크덕에 정사 장면이 꽤 자주 묘사되는데 과하진 않지만 공감되지도 않는다. 심각한 사건도 답답함 없이 바로 해결되는 편이고 전생과의 사건을 복잡하지 않게 엮어내어 끝까지 술술 읽히는 것은 이 작품의 큰 장점인 것 같다. 다만 머리채를 잡고 싸움을 한다든지, 침을 뱉는다든지 하는 식의 왕족이나 귀족으로서 상상하기 힘든 행동을 묘사하거나, 배에서 실종된 루크의 동생 리암의 일기장이 저택에서 발견되는(실종되기 전날까지 일기를 썼고 배에서 실종이 되었는데 그 짐이 어떻게 저택에서 발견될 수 있는지!) 등의 억지스러운 부분이 몰입을 저해한다. 개인적으로 친한 친구이자 악녀로 등장하는 제인이 자주 등장해서 실비아를 좀 더 곤란하게 만드는 역할을 충실하게 해줬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초반에 뭔가 주인공에게 엄청난 시련을 줄 것처럼 나쁜 인상을 주고는 그대로 쏙 들어가서 마지막에 흐지부지 처리되는 인상이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리디북스의 별점 4점은 과한 평가가 아니었나 싶다. 3점 정도? 그냥 짧은 시간 동안 아주 가볍게 로맨스 판타지물을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는 추천한다. 그 이상을 얻으려 한다면 비추.

마지막으로 몇 군데 교열∙교정이 덜된 부분이 있었는데 수정이 가능하다면 수정되면 좋겠다. 대부분이 책들이 개정판이 나와도 수정되지 않는 걸 보면 아마도 안 될 거라 생각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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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chiz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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