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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독후감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 정은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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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저자: 정은궐

출판: 파란미디어

 

2010년에 <성균관 스캔들>이라는 타이틀로 방영된 드라마를 꽤 재미있게 보고 원작 소설도 읽어봐야지 했는데 이제야 보게 되었다. 책을 읽는 내내 드라마에서 '잘금 4인방' 역할을 맡았던 박유천, 박민영, 유아인, 송중기가 떠올랐는데, 그것이 괜찮은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책은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이 2권,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이 2권으로 되어 있다. 제목은 다르지만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까지 읽어야 모든 이야기가 정리되므로 4권짜리 소설이라 생각하는 것이 편할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보니 드라마에서는 정해진 편수에 맞춰 원작과 다르게 각색된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드라마 결말은 이선준(박유천)과 김윤희(박민영)가 결혼하고 김윤희는 계속 남장을 하고 성균관에서 스승으로 일을 하는 것으로 끝이 났던 것 같은데(기억이 가물가물 하다) 원작 소설은 김윤희가 진짜 성별을 되찾게 되는 과정이 짜임새 있게 그려졌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몸이 아픈 남동생(김윤식)을 둔 김윤희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가난한 집안의 가장이 되어 남장을 하고 남동생의 이름(김윤식)으로 필사와 사수[각주:1] 일을 하며 근근히 살아간다. 좀 더 돈이 되는 거벽[각주:2] 일을 얻고자 소과 초시를 보러 갔다가 좌의정의 아들인 이선준과 인연이 되어 우여곡절 끝에 성균관에 입학하게 된다. 성균관에서 싸움꾼 문재신과 대상인 집안의 자재인 구용하와 함께 여인들이 오줌을 잘금거리게 한다는 의미로 잘금 4인방이 탄생하게 된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에서는 사회 비판적인 벽서를 붙이는 홍벽서 사건과 함께 이들 네 명이 대과에 급제해 궁으로 진출하는 이야기까지 그리고 있다. 그 사이에 이선준과 김윤희의 러브라인도 그려지지만 로맨스 부분은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을 포함해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느낌이다. 로맨스가 약간 가미된 사극을 보는 느낌이랄까?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은 이들 4인방이 규장각에 배속되고 정치를 개혁하려는 임금(정조)과 다시 붉어진 홍벽서&청벽서 논란, 김윤희가 진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이선준, 김윤희, 문재신, 구용하 외에도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까지 넘치거나 부족한 부분 없이 담겨 있다. 아, 쓰다가 생각났는데, 구용하의 경우는 약간 베일에 싸인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은 작품이 끝날 때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아서 외전으로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9년 작품인데 아직까지 나온 것이 없는 걸 보면 앞으로도 안 나오려나.... 

 

남장 여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로맨스 소설은 정말 흔하디 흔한 소재이지만, 철저한 고증을 통해 그려낸 이야기가 생생함과 함께 새로운 재미를 더하는 느낌이다. 원래라면 함께하지 않았을 각기 다른 당파(노론(이선준), 남인(김윤희), 소론(문재신), 무당무파(구용하))의 사람들이 평생을 함께하고자 하는 진정한 벗으로 거듭나는 부분이라든가 김윤희의 정체를 알면서 애정을 담아 앞날을 살펴주는 임금의 모습 등은 판타지적이기까지 하다. 그러고보니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악역조차 끝까지 미워지는 대상이 아닌 인간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따뜻한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작가는 모든 등장인물에 애정을 담아 그렸던 걸까?

 

이 작품에서 하나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작품 전반에 걸쳐 지금은 쓰지 않는 한자어들이 많이 사용되어 각주가 달려 있는데, 전자책으로 볼 때 각주 부분을 터치하면 내용을 볼 수 있게 되어 있으나 터치가 잘 되지 않아서 바로 보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신중하게 몇 번을 시도하면 보이기도 했는데 나중에는 그냥 각주를 보지 않고 넘기게 되었다. 다음에 다시 읽을 때에는 각주에 신경 써서 꼼꼼하게 읽어보고 싶다.

 

 

2018/07/18 추가 ----

 

책을 읽고 신경이 쓰여서 얼마 전에 드라마를 다시 보게 되었다. 오랜 기억에 단순히 드라마는 로맨스에 초점을 맞췄다고 생각했었는데, 책과 상당 부분이 달라서 흥미롭게 봤다. 드라마는 책에 등장하는 잘금 4인방의 콘셉트와 일부 에피소드만 가져오고 대체로 다른 부분들이 많았던 것. 가장 대표적인 것은 병판과 그의 아들(성균관 장의)의 악행은 드라마의 극적인 요소를 위해 더해졌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임금이 이 잘금 4인방에게 내리는 밀명 역시 책에는 없는 내용이었다. 드라마에서는 금등지사를 찾는 내용이 중심을 이루는데 이 역시 책에서는 다루지 않는 내용이며 이와 관련해 김윤식, 김윤희 남매의 아버지가 성균관 박사로 등장하지만 책에서는 과거 응시를 금지 당했던 남인으로 정조가 왕권에 오르기 전에 돌아가신 것으로 나온다. 이처럼 요소요소 책과 달라서 드라마도 보는 재미가 있었던 것 같다. 드라마만 본 사람이라면 책을, 책만 본 사람이라면 드라마를 비교하면서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될 듯.

 

 

by ichizu

  1. 조선 시대에, 과장(科場)에서 시권(試券)의 글씨를 대신 써 주던 사람. [본문으로]
  2. 조선 시대에, 과거 시험의 답안지 내용을 전문적으로 대신 지어 주던 사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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