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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독후감

앨리스 죽이기 - 고바야시 야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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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앨리스 죽이기

저자: 고바야시 야스미

출판: 검은숲(시공사)


벅스뮤직x리디북스의 이벤트로 30일 대여 쿠폰을 얻게 되어 보게 된 작품이다. 참고로 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원작 소설은 지금까지 읽어본 적은 없고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한 상태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은 '이상한 나라'와 '현실(독자에게는 현실이지만 책에서는 현실이 아니다)'의 이야기가 번갈아 등장한다. 솔직히 처음에 이상한 나라에서의 도마뱀 빌과 앨리스의 대화를 읽으면서 '이 수수께끼 같은 대화는 뭐지?'하는 생각을 하면서 계속 읽어야 하나를 살짝 고민했었다. 그걸 꾹 참고 계속 읽자 이상한 나라와 현실에서 반복되는 사건과 추리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면서 점점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었다. 만약 나처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원작 소설을 읽지 않았다면, 초반의 이상한 대화를 꾹 참고 계속 읽어나가길 바란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작품은 루이스 캐럴의 앨리스 시리즈의 세계관을 그대로 가져와서 쓰여진 작품이다. 때문에 원작 소설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앞서 말했듯 이해할 수 없는 말장난 같은 대사에 몰입이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원작 역시 어린이용 작품이라기엔 독특한 세계관과 난해한 텍스트로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앨리스 죽이기>에서는 앨리스를 비롯해 흰토끼, 도마뱀 빌, 여왕, 공작 부인, 모자 장수, 3월 토끼, 겨울잠쥐, 체셔 고양이, 그리핀, 메리 앤 등 모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이들이 나누는 대사 역시 이상한 나라의 캐릭터들이 나눌법한 엉뚱하고 혼란스러운 느낌이다. 특히 암호로 등장하는 '스나크는 부점이었다.'의 경우는 책을 읽으면서 무슨 의미인지 몰라서 결국 검색을 해봤다. 스나크는 어떤 생물인 것 같았는데 부점은 도대체가 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국어사전을 찾아봤지만 사전에 나오는 의미는 아닌 것 같았다. 알고보니 부점은 우리말이 아니었다. 책 중간에 부점이 진짜 등장했을 때 각주에 부점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나오는데,  도서 뒤의 해설에는 좀 더 자세히 설명된다. 스나크와 부점은 <스나크 사냥>이라는 루이스 캐럴의 풍자시에  등장하는 캐릭터로 스나크(Snark)는 사람과 비슷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존재이며, 부점(Boojum)은 스나크 중의 하나로 마주치는 모든 것을 사라지게 하는 능력이 있는 존재라는 것.


작가인 고바야시 야스미는 오사카 대학 기초공학부를 졸업하고 박사 과정을 수료한 공학도 출신의 작가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의 현실 배경은 연구소이고 연구 장비에 대한 묘사나 이공계 대학과 연구소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한편, 동화를 가져다 쓴 추리소설 치고 이 작품은 꽤 잔인한 모습도 묘사된다. 그래서인지 그림형제의 원작 동화를 읽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앨리스의 혐의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해결이 되는데, 결말은 직접 작품을 통해 확인하면 좋겠다. 꿈과 현실이 모호해지는 것 같은 아리송함과 이상한 나라에 사는 캐릭터들의 어수선하고 엉뚱한 대화에 사로잡히지 않는다면 진범을 빨리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by ichiz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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